“ 아빠가 소현이가 사드린 

넥타이 하고 나오신다면서 아침부터 서두르셨어.”

고등학생 때 방학을 맞이하여 잠시 한국에 들어간 나를 공항으로 마중 나오신 아빠는 오래된 넥타이를 매고 계셨다. 초등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 선물로 드렸던, 이미 내 기억에서 희미해져버린 버린 넥타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던 아빠를 보며 순간 울컥했다. 

어릴 적, 퇴근하시던 아빠의 손에는 늘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네모난 상자의 밀크캬라멜, 캐릭터 샤프, 필통 등등 값비싼 선물은 아니었어도 매일 우리 삼남매를 생각하시는 아빠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선물이었다. 아빠의 사랑은 이렇게 늘 특별하다.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 먼 미국땅에 살고 있어도 외롭거나 삐툴게 나가지 않게하는 보호막이 되어준다.

작년 초, 뽁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오시겠다던 엄마가 돌연 아빠의 건강 문제로 오실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하실 때도 아빠는 ‘나는 괜찮아. 엄마 보낼께’라며 한결같이 자식을 먼저 걱정하셨다. 암 판정을 받으시고 두 번의 큰 수술과 열 번이 넘는 항암치료 중에도 전화 밖으로 들려오는 아빠의 목소리는 행여 자식이 염려할까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하고 차분하다.

아빠의 가족을 향한 사랑과 희생은 지금도 내 눈가를 촉촉히 적신다. 아빠가 내게 주신 사랑만큼 나도 우리 뽁이를 믿어주고, 인내하며, 매 순간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뽁이가 성장하면서 외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아빠,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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