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는 숙성해야 맛이 있고 사람은 성숙해야 멋이 있다.
고기를 연구하는 남자, 퍼듀 주립대 김윤환 교수
인터뷰 및 기사 : 허세나 에디터
근육생화학, 식육가공학, 육과공.. 다수의 일상 생활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 안에 사는 교수가 있다. 미국내에서는 유명한 인디애나 퍼듀 대학교 (Purdue University) 농과대 (College of Agriculture) 김윤환 교수님, Yuan H. Brad Kim (42)이 그 주인공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교수의 이미지는 왠지 마주치면 불편하고 딱딱하며 권위적일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 만나 뵌 김윤환 교수님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재치 있는 말솜씨는 그 이미지를 한번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고기는 숙성해야 맛이 있고 사람은 성숙해야 멋이 있다’ 고 말하는 넘치는 끼와 그에 능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맘앤아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퍼듀 주립대 조교수 김윤환입니다. 한국에서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석사는 캔사스 주립대에서 등심을 공부하고 텍사스 A&M대학 박사때는 안심,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포닥은 엉덩이살, 그리고 뉴질랜드 연구직에서는 양을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600가지의 가축 근육, 동물 해부학 그리고 동물의 도축 과정과 소비자에게까지 유통되는 과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건국대를 졸업하시고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오게 된 계기와 이유가 있으세요? 그리고 이 과를 왜 선택하시게 되었나요?
-이 이야기를 하자면 긴 데요, 당시 담임선생님과 부모의 권유로 먹고 살기에는 문제없는 축산가공학과를 들어갔습니다. 졸업하면 농협이나 축협을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 때는 과에 자부심도 없고 동기도 없었는데 선배들의 조언으로 일리노이 대학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알게 되어 정말 노력의 노력으로 토플을 공부했는데 그만 학교간의 교류가 끊겨 버린 거예요. 그래서 총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죠. 세계의 교류가 중요하고 글로벌 인재를 만든다는 학교이니 다시 기회를 만들어달라, 그래서 기적적으로 장학금이 기부가 되었고 교환학생 12명이 선발되어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 1년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가축들을 길러서 도축하고 소비자에게 가는 모든 과정을 교과서로만 배우는데, 미국은 직접 캠퍼스 내에서 눈으로 보고 사육하고 도축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합니다. 그 과정이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예전에는 “랩몽키”라고 해서 시키는 연구만 하여 지루해 했다면, 제 자신만의 논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고 그걸 증명해 가면서 연구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논문이 국제학회에서 인정받는 것 또한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사까지 하게 되었고, 가르치는 일 또한 제 천적인 것 같이 즐거웠고, 결국엔 교직에 몸을 담게 되었습니다.
미국내 가축과학전공 특히 박사 하시는 동양인 분들은 손에 꼽히는 정도라고 들었는데요, 그만큼 힘든 일도 많으셨다고요.
이 전공에 박사하신분이 손에 꼽히는 정도예요. 미국내에서도3분밖에 안됩니다. 이 분야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텍사스로 박사를 지원 했는데, 뽑힌 14명이 저 빼고는 다 백인이었어요. 제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학생일 것입니다. 처음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소, 돼지, 양만 맨날 죽이고요 (웃음) 굉장히 보수적인 텍사스환경에 동료나 교수의 텃세가 심했습니다. 나이 27-28에 소위 말하는 왕따를 당하니까 학교 가기도 싫더라고요. 피 묻은 옷을 입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텍사스 들판에 있는 소를 보면서 왜 여기를 왔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두가지 선택밖에 없었어요. 그만 두던가, 맞닥뜨리던가. 맞닥뜨리기로 결심한 후 전투력을 올렸죠.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일부러 웃으며 다시 한번 얼굴에 대고 “하이~” 하며 인사하고, 빈자리인데 자리 찼다고 하면 “여기 비었는데?” 하며 그들을 당황시키고, 나중엔 은근히 제가 즐기기 시작했어요. 저도 으레 눈치 보며 ‘내가 영어를 못하나?‘ 생각하며 의기소침 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런 생각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죠. 영어가 미성숙 했지만 소를 잘 죽이기 시작하고(웃음), 연구논문으로 결과를 보여주니까 인정을 해주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돌아보니 이 도축 과정도 연구와 가르침에 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근육이 보이고 해부학에 대한 걸 너무나 잘 알게 되어서요. 고난을 통해 처음부터 배울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논문에 관한 여러 상들을 받으셨는데 그 중에 특히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박사 때 미운 오리 새끼였던 저는 교수님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던 중에 마침 국제 식품 학술 대회 (Institute of Food Technologists)에서 1등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졸업 전에 교수님께 또 다른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2005년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Oral Competition에 나가게 되었어요. 이게 15분짜리에요. 보통 미국 애들은 3-4번 정도 연습하면 될 것을, 저는 100번을 연습했어요. 열심히 연습한 만큼 교수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교수님은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셔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었어요. 결국 혼자서 참여하게 되었고, 무대에 올라 발표를 시작하려고 하는 찰나, 영화처럼 뒷문이 열리더라고요. 누군가 보니 저희 교수님 이셨어요. 정말 깜짝 놀랐죠. 덕분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발표에 임할 수 있었고, 저는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저에게 재차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고, 저는 더욱 탄력을 받아 2008년도 동물 과학회에서 상을 2개나 받았습니다.
또 권위적인 세계 제 3대 그랜트(Grant) 중 하나를 받으셨다고요.
오래된 분야지만, 건조숙성(Dry Aging) 이라고 아시죠? 원시시대때부터 고기를 걸어놓고 말린 방법이 건조숙성인데, 과학적으로 어떤 성분이 건강에 좋고, 왜 그런 맛이 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더라고요. 그 건조숙성을 연구해서 세계 3대 그랜트 중 하나인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USDA) 그랜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꿈이 국제 근육학회에서 연설하는 것 인데, 그 꿈을 지난 여름 호주에서 이루었어요. 박사 10년차 까지 받을 수 있는 상 (American Society of Animal Science Outstanding Young Research Award)이 올해가 마지막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두개나 받게 되었어요. 미국 식육학회, 동물 과학회 역사상 70년동안 한국사람으로는 처음으로 American Meat Science Association – Distinguish Research Award를 받게 되었습니다. 보수적인 크리스천 백인 위주로 구성된 이 학회에서 외국인인 제가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일반인들이 듣기에 다소 생소할 지도 모르는 분야를 연구하시는 데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소,돼지, 닭, 양 다 연구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동물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핸들링을 연구하는 것과 도축하고 난 이후에 과정을 연구하는게 있는데, 전 그 도축 이후의 과정을 연구합니다. 기후변화가 동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게 어떻게 고기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을때 성장한 동물의 고기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그 외에도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재료 연구라던가 자연적인 방법으로 고기를 숙성해서 어떻게 맛 좋고 몸에 좋은 고기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지요. United Nation(UN) 에서 말하기를, 2050년에는 90억명의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새로운 단백질 소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식용 곤충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곤충이 고단백이지만 그대로 먹기 힘드니 파우더로 만들어 소시지에 함유한 제품을 개발해보기도 하죠.
교수로서 가르치는 것 또한 천직이라고 하셨는데요. 학교에서는 어떤 걸 가르치고 계신가요?
저는 아이들의 달란트를 키워주고 가르치는게 너무 즐겁습니다. 학교에서는Advanced meat science 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전반적인 과정, 예를 들어 동물의 유전자, 사료, 혹은 환경들이 어떻게 고기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도축과정 후에 근육의 변화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독교인으로써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라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네, 지금 미국나이로 큰 아이는8살, 작은 아이는 6살인데요. 아빠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어요. 큰 아이 태현이는 벌써부터 고기를 먹을때 육질의 상태를 잘 알아요. 아무래도 예전부터 양고기로 훈련을 시켜서 그런가봐요 (웃음). 학교 오피스에 데려오면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고, 또 아빠를 따라 퍼듀 대학교 교수가 되고 싶다고도 해요.
교수와 가정과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전혀 유지를 못하고 있어요. 빵점 이예요, 빵점 (웃음). 부인은 같이 유학하면서 교회찬양팀에서 만나 결혼했어요. 그때는 음악치료를 석사로 전공했는데, 지금은 풀타임 엄마예요. 미국 내에 조교수 이혼율이 1위라는 말이 우스개소리로 있을 정도로 집안일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 부인이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었죠. 그렇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케어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한국인 부모를 둔 아이로서 언어적인 문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 그런 고민을 가지는 걸 보면서 ‘나와 같구나,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지. 내가 친구가 되지 않으면 누가 되어 주겠나’ 생각해요. 그리고 보통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줄 수 없을 만큼 바쁜 일이 생기면 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여유가 생겼을 때는 제가 돌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서로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지혜롭게 헤쳐 나가면서 스킬 아닌 스킬을 매번 배워갑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주실 수 있는 재미있고 실용적인 정보가 있다면요?
소비자들이 동물에게 사료로 풀을 먹이는 것(Grass feeding)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이 있어요. 뉴질랜드 고기가 각광을 받고 있는게 그 단적인 예인데요. 뉴질랜드는 그걸 정확히 파악해서 마케팅을 해요. 왜냐면 그곳엔 미국처럼 옥수수를 재배하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사료로 사용하지 않고 풀을 먹일 수 밖에 없거든요. 근데 재미 있는 게 뉴질랜드 소의 특징이 지방이 없고, 마블링이 없어서, 맛이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풀을 먹인 소라고 해서 그렇지 않은 고기보다 건강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50퍼센트의 뉴질랜드 고기는 보통 갈아서 맥도날드나 이런 패스트푸드점에 납품을 해요. 맛의 퀄리티가 낮아서죠. 그래도 결국 고기를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겠죠. 그럼에도 ‘나는 뭔가 이미지를 먹겠다. 건강하고 프리미엄이라는 자부심을 먹겠다’라고 생각하면 전혀 상관은 없겠지만요.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이 “어떤 고기가 제일 맛있어요?”예요. 예를 들어, 파는 고기를 보시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표면이 갈색 부분으로 살짝 변색된 걸 보신적이 있으실 텐데, 이게 미생물학적으로는 상한 것이 아니에요. 자른 사과의 표면이 공기에 닿으면 색이 변하듯, 고기도 갈색으로 변한 것은 공기에 산화 작용일 뿐, 유해균이 있다 던지, 맛이 변하는 건 꼭 아니라는 거죠. 물론 상온에 오래 놓아 변질된 진한 갈색이 아니라는 가정하 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50퍼센트 세일하는 고기도 잘 사 먹습니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요? 하시는 연구나 가르치는 것들이 미국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만큼, 기대하는 점이나 바라는 점, 혹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특히 고기에 대한 건강적인 관심은 참 좋다고 생각해요. 식품업체들이 전에는 그걸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고요. 앞으로 더 그걸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일부 동물 단체 에서는 도축에 관해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며 범죄행위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식품업체들을 비판하는데, 실은 많은 부분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동물 보호법이 많이 발전해 있고, 그만큼 윤리적 도축을 중요시 합니다. 실제로도 동물을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없이 도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도 많이 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드리기 보다는 좀더 신빙성 있는 자료들을 찾아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미국은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USDA의 엄격한 관리를 받기 때문에, 절대 먹지 못할 음식을 유통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이건 먹으면 안돼, 이게 더 좋아’ 라던지, 혹은 ‘애들한테는 무조건 유기농, 풀먹인 소를 먹여야 돼’ 하는 ‘카더라 통신’을 믿는 것 보다, 자신의 기호와 철학, 그리고 경제수준에 맞게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고기는 짧은 시간에 부드러워 지려면, 때리거나 혹은 재워야 합니다. 그걸 사람에 빗대어 보면, 사람 또한 성숙해 지는 데에는 그만큼의 고난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좋은 연구 결과와 업적을 얻기까지 부인의 헌신적인 수고와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늘 부인의 사랑과 격려에 감사하고 사랑스런 자녀들 (태현/소현)의 웃음소리에 힘입어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