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Kendo), 경건함 속 유쾌함의 재발견

검도(Kendo), 경건함 속 유쾌함의 재발견

검은 도복, 철로 된 마스크, 검을 들고 겨루는 경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검도는 약간은 엄숙하고, 무겁고,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스포츠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Garden State Kendo Alliance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밝고 경쾌한 사범님의 인사 뒤로 펼쳐진 검도장의 느낌은 아주 새롭고, 신선했다. 아빠와 딸, 아빠와 아들, 커플들까지……. 남녀노소가 함께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운동, 검도(Kendo). 30여 년을 검도와 함께해 왔다는 이건석 관장님(Henry Lee)을 만나 검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글  손민정 에디터 | 사진  MoiM Studio, Grace Kim

Q 안녕하세요, 이건석 관장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희 맘앤아이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과 검도(Kendo)라는 스포츠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희 도장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도장은 AUSKF(All United State Kendo Federation)에 소속되어 있는 정식 검도 도장입니다. 이 자리에서만도 20여 년간 있어 왔기에, 아마 이곳 지역 주민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검도는 칼을 들고 싸우던 시절의 무예를 스포츠로 승화해, 검 대신 대나무로 만든 죽도를 들고 상대방의 타격 부위(머리, 손목, 허리, 찌름)를 가격해 점수를 취하고 승패를 따지는, 일종의 격투 스포츠예요. 하지만 검을 들고 수련하기에 정신 집중과 바른 자세, 나아가 인격 수양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무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검도는 왠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경건함과 엄숙함이 있어보이는데요. 강조되는 중요한 정신이 있나요?

 

설명하자면 많은 부분이 있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검도의 정신은 시작과 끝날 때 무조건 인사로 시작하고 인사로 끝나는, 즉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스포츠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오심이 나와도 심판에게 항의하지 않습니다.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으로 두고 그 결정을 신뢰하는 것, 그런 상호 예절과 규율의 중시, 인격 수행을 위한 스포츠라는 점이 매력적이지요.

Q 와서보니 어린이 회원들도 많네요. 회원님들 비율이 어떻게 되세요?

 

성인과 아이 비율로 본다면 저희 도장의 경우 반반 정도, 성인이 약간 많은 편입니다. 부자가 함께하는 경우나 커플들이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여자분들도 꽤 많이 하세요. 여자 회원님들이 한 30% 정도는되는 것 같아요. 저희 딸들도 하고 있습니다. 하하. 여자 회원님들은 처음엔 다이어트나 운동이 필요해서 왔다가, 실제로 해 보고 마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저희 도장 회원 중에 현직 미주 여자 국가대표 분도 있으세요. 취미로 시작했다가 너무 좋아하게 되어 국가대표까지 된 경우이지요. 저희 도장은 오래 돼서 잘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전미 챔피언 분도 있습니다.

Q 와, 대단한데요. 도장 히스토리좀 말씀해 주세요.

말씀드린 대로 이곳에서만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계셨던 관장님께서 다른 자리에서 검도장을 운영하셨고, 저는 이곳으로 이전한 때부터 사범으로 있다가 지금은 관장으로 지도와 운영까지 책임지고 있고요. 한인 도장으로는 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이기에 현재 가장 많은 고단자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얼마 전 있었던 전동부검도협회 시합에서는 남자와 여자 단체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어요. 

2019년 6월 John Jay College에서 있었던 All Eastern US Kendo Federation Tournament. 남자와 여자 단체에서 모두 우승했는데, 이렇게 함께 우승한 팀은 처음이다

Q 그동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겠어요.검도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점을 좀 소개해주실수 있을까요?

그리고 성인과 아이들 각각에게 차별화된 장점도요.

우선, 검도는 운동량이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 신체적 운동이 굉장히 많이 되는 스포츠인데, 기본연습 후 자유 대련 단계로 올라가게 되기에, 기본 운동을 하는 시간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칼끝으로 집중해 타격점을 쳐야 하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지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나이 제한이 없이, 즉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 오히려 젊은 친구들도 제압할 수 있는,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현존하는 유일한 무도이자 스포츠라는 점이에요. 밖에서 활동적으로 하는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다칠 염려나 부상 확률이 적다는 부분도 장점이고요. 지금 만약 70세가 넘으신 선생님이 계시다면 사실상 다른 운동은 불가하지만, 검도는 가능합니다.

아이들은 경우마다 다르지만, 보통 예절 교육을 먼저 시켜야 하기 때문에 5세 정도부터 가능은 해도 추천하는 나이는 7~8세 이상입니다. 그래도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시작할 수 있는 편이지요. 또한 학업에 집중력이 필요하고 사춘기를 지내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해요. 운동량이 많고, 예절을 배우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만능 스포츠입니다.

 Q 들어보니 여러 모로 아주 유익한 운동이네요. 검도 시합은 어떻게 보면 되나요? 역시 규칙이 있겠지요?

네. 검도 시합은 3판 2승제로 이루어집니다. 각 부위별로 점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머리, 손목, 허리, 찌름에 해당하는 부위를 타격해 먼저 득점을 취하면 1승 그리고 2라운드로 이어지고, 그렇게 총 두 번의 타격을 먼저 취하는 쪽이 승리하게 됩니다.

시합은 주로 일대일 개인전이지만, 단체전일 경우는 5명의 선수가 1번부터 차례대로 일대일로 겨루어 더 많은 승리를 취한 팀이 이기되 승자의 수가 같을 경우는 더 많은 타격점을 취득한 쪽이 이깁니다. 만약 취득한 점수마저 같을 경우, 각 팀 대표 한 사람이 나와 시간은 무제한 단판 승부, 즉한 점을 먼저 취하는 팀이 승리해요. 개개인이 싸우는 경기지만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 검도에도 엄청난 팀워크가 요구된다 볼 수 있지요.

Q  두 번만 먼저 이기면 된다니 경기 규칙도 그리 어렵지는 않네요. 검도에도 태권도처럼 단계가 있나요?

검도에도 물론 있습니다. 급에서 단으로 올라가는데요. <급>은 나이에 따라 통상 7급부터 시작해 1급으로 올라갑니다. 1급을 따면 <단>으로 도전할 수 있는데, 현재 만 13세부터 초단, 즉 1단에 도전할 수 있어요. 심사를 통해 취득할 수 있는 단은 8단이 가장 높은 단계입니다. 초단까지 따는 데는 검도 시작 후 통상 1~2년쯤 걸리고, 그 다음 단부터는 본인의 단수만큼 기간을 두고, 즉 3단을 취득하면 3년 뒤 4단, 4단 취득 후에는 4년 뒤  5단 취득 자격을 갖는 방식이에요. 태권도의 색깔띠처럼 한눈에 급이나 단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단자부터는 한번 대련해 보면 상대방의 단수를 대략 느낄 수 있지요. 

 관장님께서는 어떻게 검도에 입문하게 되셨는지요?

저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정서가 불안하고, 건강도 좀 안 좋고 약하다 생각하셨는지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검도장에 등록을 해 두셨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12살 때 시작했는데, 올해 벌써 딱 30년이 되었네요. 그중에 20년을 사범으로서 가르치고 있는 셈이에요. 생각해 보면 입문은 어머니 때문이었지만, 저는 정말 성공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해진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직업인으로서의 길도 걷게 되었고요. 

 사실 검도는 아주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 같진 않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일반인들이 검도를 좀 비싼 운동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복장이나 장비에 거품이 있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벤더들도 많아져서 상대적으로 나아졌지요. 한번 구매하면 지속적으로 쓸 수 있어서 기간을 놓고 보면 절대 비싼 것은 아니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도복 사이즈를 바꾸어 주긴 해야 하지만 그렇게 치면 다른 스포츠도 같고요. 벽이 높은 스포츠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 아웃도어 스포츠, 킥복싱, 수영, 심지어 태권도보다 검도가 대중화되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미국인들에게 Kendo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보여주면 “아, 나 영화에서 봤어.” 주로 이런 반응들을 보이는 정도이지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일단 올림픽 종목이 아니고 (*태권도는 현재 올림픽 종목: 편집자주), 두 번째는 기원 자체가 동양 쪽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몇십 년 동안 세계 대회 패턴을 보아도 1위는 일본, 2위는 한국이었어요. 나라별로 전파하고 있는 사람들도 주로 일본인, 즉 동양 사람들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대중적이거나 전세계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하지만 오늘 말씀을 나누어 보니 몰랐던 좋은 점들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 검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현대인들 대부분은 회사나 삶에서 겪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 등으로 풀고, 가까운 거리 또한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등 운동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도 성인병에 걸리는 경우들이 많고요. 오늘 저는 검도인으로서 검도 예찬을 했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스포츠는 주변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꼭 검도만이 아니라, 본인에게 잘 맞고 재미있는 운동을 찾아 평생 습관처럼 수련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지키며 건강히 생활해 간다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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