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고 그러니?”
“울지 마 괜찮아.”
“뭐가 무섭다고 난리야?”
“왜 소리를 질러? 이쁘게 말해.”
“뭐가 부끄러워. 남들 다 하잖아.”
화나고, 슬프고, 무섭고, 실망스럽고, 속상하고, 부끄러운 감정들에 대해 우리가 자라면서 들어온 말들이다.이런 말들로 인해 우리는 위에 열거한 감정들은 나쁜 감정이며 숨겨야 하는 감정이라는 왜곡된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서 이런 감정들이 보이면 재빨리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꿔주려 하거나, 윽박지르거나 혼내서 감정을 억압시키거나, 달래주긴 하지만 어떻게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할지는 알려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잘 다루는지에 대해 배우지 못했으니 말이다 .
‘감정코칭’으로 유명한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높은 ‘정서지능(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이 아이들의 또래관계와 학습능력 그리고 신체적 건강에 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감정을 잘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감정 코칭’은 아이가 부정적인 정서를 표현할 때 (떼쓰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울음을 터뜨리거나, 침묵을 하거나 반항할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오롯이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모는 아이의 그런 행동과 감정들이 불편하여 어떻게든 감정 자체를 없애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멈추고 아이의 마음을 느껴보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심하게 울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침묵을 하는 아이들에게 ‘왜 그러니’라는 질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감정을 느끼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느끼는 감정에 대한 충분한 수용과 공감이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강도 높은 감정을 느끼고 부정적인 행동을 표현하더라도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힐때까지 기다려 주려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에게는 마음에 숨은 이야기를 꺼내는데 도움이 된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읽어낼 수 없기 때문에 어른의 코칭이 필요하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만 붙여주어도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괜찮은것’이라는 안도감을 느낀다. ‘엄마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구나,’ ‘친구랑 놀고 싶었는데 껴주지 않아서 실망했겠다,’ 등등, 대게는 아이가 그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함께 설명해주기도 한다. 큰 아이들에게는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물론 종종 그들의 진심이 우리의 뒷골을 잡게 하지만 말이다).
‘감정코칭’의 핵심은 ‘감정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행동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고 공감해 주었다면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행동은 알려주어야 한다. 이미 충분히 공감받은 아이는 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강압적인 것과 엄한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하거나 허용될 수 없는 언행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일관된 가르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화가 많이 난 것은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장난감을 던져서는 안 돼.” 물론 “장난감을 던지는 대신 어떻게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아 아이 스스로 대안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바로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아도 이렇게 반복적으로 감정을 먼저 읽어주고 나중에 행동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는 감정과 행동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감정코칭’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쉬워 보이지만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쉽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훈련과 적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수없이 욱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화가 나는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실패에 대한 두려움, 주위의 비판에 대한 원망,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그 감정들을 충분히 공감해 줄 사람이 주위에 없다면 스스로라도 공감을 주어야 한다. 누군가 우리가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마다 “왜 아이한테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 엄마가 돼서 그렇게 밖에 못하니?”라고 비판을 듣는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수치심과 화를 증폭시킬 뿐 사실상 우리가 아이를 대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너그러우면서도 잘못된 행동은 개선해주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고 마음 같지 않아 속상하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과 순간순간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마음 때문에 더 속상하고 화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잘 버티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당신은 충분히 좋은 부모예요. ”
도움의 손길이 많지 않은 낯선 타국 땅에서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모님들이라면 더더욱 이런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라!’ – 존 가트맨-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은 한국에서 활발히 ‘감정코칭’을 연구하고 알리고 계신 최성애 박사와 존 가트맨 박사가 공저한 책으로 ‘감정코칭’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글 Jiwon Yoon, ATR-BC, LCPC
•미술치료 석사 과정 졸업
•Chicago Children’s Advocacy Center 성폭행 피해 아동 치료
• 한국GS Caltex Social Contribution Project와 서울문화재단 미술치료사
•뉴저지 Center for Great Expectation 약물중독 엄마 치유
•뉴저지 Hope and Art Studio 미술치료 스튜디오 설립
•이중문화권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와 상담 프로그램들을 진행 중
<마이 아메리칸 차일드> 팟캐스트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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