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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원적인 행복: 몰입의 경험

그랜드피아노가 거의 방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의 작은 연습실. 바이올린과 악보, 메트로놈, 연필. 다른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작은 연습실은 나와 음악이 이 세상이 아닌 사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매우 은밀한 곳이다. 삐걱거리던 기계에 기름이 칠해져 부드럽게 움직이듯 음계 연습을 하노라면 뻣뻣했던 손이 유연히 움직여지고 바이올린에서 매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제는 곡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연주, 또는 오디션이 다가오는데 남은 시간에 비해 익혀야 하는 분량은 너무 많아 이성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지만, 시간은 예정된 대로 흘러가고 연주해야 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어디까지 준비 되었든 나는 무대에 서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것은 하루 종일 연습실에 박혀서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다소 불쌍하게 여길 듯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 압박이 가해진 상황에서 시작한 바이올린 연습은 나를 황홀한 사차원의 세계로 이끌고 간다. 연습이 무르익어 가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바이올린 연습에 빠져들어 못하던 부분들이 점점 쉬워지게 되고 이 곡을 정복해 간다는 느낌은 계속 연습을 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될듯 말듯 하면서도 점점 레벨이 올라가는 게임에 정신 없이 빠져들듯, 이 곡을 정복해야 한다는 목표만을 가지고 연습을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진다. 그리고 어려운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어떻게 연습하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생각이 계속 떠오르게 된다.

 

잘 안 되는 부분은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지고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해답도 얻는다. 이렇게 혼자서 터득한 연습 방법은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음악의 해석도 가만히 음악을 머리로 생각하면 그 음악에 맞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오페라나 영화의 장면이 그려지기도 하고 음악과 함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곡의 한 소절 한 소절을 생각하며 내가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지, 내 삶의 경험 가운데 어떤 경험이 그 소절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지, 내가 언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하며 음악을 나의 ‘삶의 이야기’로 만든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났어도 배가 고프지도 않고 시간과는 상관이 없는 사차원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시간 동안 나에게는 연습실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머리에는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 있고 이 곡을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내일 무슨 약속이 있는지, 다른 할 일들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아주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고 이 꿈에서 깨어나기 싫어진다. 마치 나니아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기 싫은 ‘루시’처럼 이 연습실 밖을 나가고 싶지 않다.

 

헝가리의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렇게 우리의 의식 전체가 오직 한가지 문제로 가득 채워진 상태를 ‘몰입’의 상태라고 하였다. 나는 연습을 하면서 몰입을 매우 여러 번 경험하였다. 이것은 하루 이틀 계속되다가 연주가 있는 날까지 한달 또는 그 이상 계속되기도 한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에도 머리 속에 계속 음악이 가득 차 있고 머릿속에는 연습하는 곡이 마치 음반을 틀어 놓은 듯 들리고 여러 가지 곡 해석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By | 2017-05-02T11:21:03+00:00 May 2nd, 2017|Categories: Education|Tags: , , , , , , |Comments Off on 고차원적인 행복: 몰입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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